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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즐거움

쾌락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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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개인주의자 선언] 이후로 문유식님의 팬이 되었어요^^ 

나만 그런게 아니었구나 하는 안도감, 위안이랄까요ㅎ

그래서 이 책도 나오자마자 서점에서 바로 구입해서 단숨에 읽었습니다. 

역시나 재미있습니다.

다음책도 정말 기대가득이에요!


[쾌락독서] - 문유식



p30

<어린 시절의 나는 책 한 권만 있으면 싫은 상황, 싫은 곳에서도 용케 틀어박힐 구석을 찾아내어 책 속으로 잘도 피신하곤 했다. 거대한 우주선에서 탈출하는 구명정처럼, 내게는 그리 넓은 공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외부와 적절히 차단되는 안온한 작은 공간만 있으면 족했다.

물론 나이를 먹은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복잡한 삶을 살고 있지만, 험한 세상이 어떻게 변한다 해도, 내게 무슨 일이 생긴다 해도 최우의 보루 하나는 있다는 생각이 마음 한구석을 든든하게 해준다. 다닐 도서관 하나만 있어도, 서점 하나만 있어도, 몸을 누일 방구석에 쌓아둔 내 취향의 책 몇 권만 있어도.>


p57

<그래도 만약 '내 취향의 글들 프로듀스 101'을 벌인다면 제일 높은 의자에 앉을 이는 스티븐 핑커다. 세계적인 석학인 그가 풀어내는 풍성한 콘텐츠 자체가 압도적이기도 하지만, 그의 문장 자체가 갖는 독자적 매력이 있다. 명료하고 간결하며 지루할 틈을 안 준다. 흥미로운 예화를 적재적소에 잘도 꺼내든다. 그중에서도 최고의 매력은 시니컬한 유머 감각이다. 인류의 폭력성, 역사, 본성 등 거창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농담을 던진다. 내 취향 그대로다. 어깨에 힘 빼고 썼고, 시큰둥하며, 적재적소에 악센트가 있으며, 천연덕스러운 깨알 개그가 있다. 그의 대작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는 '고양잇과의 글' 중에서도 최고봉이다.>


p154

<고1때 친구 집에서 우연히 발견한 만화가 있었다. 표지를 보니 얼굴 절반을 차지하는 눈에는 별이 빛나고 에버랜드 장미축제 때나 볼 법한 실한 꽃송이들이 상반신을 온통 에워싸고 있었다. '기집애들 만화책이네. 새끼, 뭐 이딴 걸 보고 있어?'라는게 첫 느낌이었다. 그런데 친구는 억울해하며 한번 빌려가서 읽어보라고 강권했다.

그날 밤 속는 셈 치고 넘겨보았다. 자신감 없고 어벙해 보이는 소녀가 연극 무대에 올라가더니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돌변하여 말 그대로 폭풍처럼 무대를 휩쓸고 있었다. 미우치 스즈에의 [유리가면]이었다. 그리고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p253

<습관이 행복해야 행복하다는 말이 좋았던 이유는 폭넓게 생각을 확장해갈 수 있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는 시민들이 행복한 습관을 누릴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해야 한다. 한강시민공원에서 걷고, 자전거를 타고, 연을 날리고, 낚시를 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표정을 살펴보라. 공원과 도서관은 행복 공장이자 행복 고속도로다. 교육도 중요하다.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연주하고, 요리를 하고, 다양한 운동을 즐기고, 어린 시절부터 각자의 행복한 습관을 찾을 수 있도록 경험을 제공하는 교육이 영재교육 이상으로 중요하다.>


p259

<대학 갈 때 써먹을 욕심에 논술학원 보내서 초등학생에게 어려운 책을 읽히고 있는 학부모들께 죄송하지만, 눈을 감고 생각해보면 입시 때문에 마지못해 본 책은 한 줄도 기억나지 않는다. 수업시간에 몰래 보던 소설책, 자율학습 땡땡이치고 보러 간 에로 영화는 방금 본 듯 생생하다. 글쓰기를 좋아하여 책까지 내게 된 건 그 때문일 거다. 쓸데없이 노는 시간의 축적이 뒤늦게 화학 작용을 일으키곤 하는 것이다. 

현재 쓸모 있어 보이는 몇 가지에만 올인하는 강박증이야말로 진정 쓸데없는 짓이다. 세상에는 정말로 다양한 것들이 필요하고 미래에 무엇이 어떻게 쓸모 있을지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리고 무엇이든 그게 진짜로 재미있어서 하는 사람을 당할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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